1. 고전의 블랙홀


흔히 블랙홀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사실 블랙홀이라는 이름 자체가 사용된 것은 50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블랙홀이라는 단어는 1967년 존 휠러가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존 휠러는 어려운 개념을 쉬운 표현으로 쉽게 설명하는 물리학자였다.


블랙홀이라는 단어 자체가 쓰여진 지는 50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빛 조차 탈출할 수 없는 별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예측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있었다. 이미 18세기 영국의 성직자 미첼과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가 뉴턴역학을 근거로 빛을 발산하지 않는 행성에 대해 암흑별 이라고 이름 붙여 그에 대한 존재를 예견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이디어는 특정한 질량을 가지는 행성 위에 질량 m 인 물체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물체가 속도 v로 움직이면서 갖게 되는 운동에너지가 행성 자체가 가지고 있는 중력 퍼텐셜보다 작으면 에너지가 부족하여 그 행성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이였다. 다시말해 운동에너지가 최소한 중력 퍼텐셜과 같거나 커야지만 행성을 탈출할 수 있다는 이론이였다.


수학적 계산에 따르면 초당 11.2km 의 속도를 가져야지만 지구 바깥으로 탈출할 수 있으며, 태양에서는 초속 620km/s의 속도를 가져야지만 탈출이 가능하다. 같은 논리로 질량 M인 행성에 대한 탈출가능속도를 산출하면, 광속도 이상의 에너지를 가져야지만 행성을 탈출할 수 있다. 이렇게 탈출 속도가 광속도 이상이다보니 별빛은 별을 탈출할 수 없다. 별빛이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곧 그 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는 곧 암흑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미첼과 라플라스는 바로 이러한 암흑별의 존재를 예견했다.



2. 일반상대론적 블랙홀


고전적인 개념의 블랙홀인 암흑별은 현대에서 이야기하는 블랙홀과는 다른 개념이다. 암흑별이 고전역학에 기초한 개념이라면, 현대의 블랙홀은 일반 상대론에 기초한 개념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는 시공간의 구조가 직접 물리적 대상이 되어 무거운 별에 의해 시공간 구조가 찌그러지거나 휘어진다.


특수 상대성 이론과는 달리 빠르게 움직이지 않아도 중력에 의해 시간이 천천히 진행된다거나, 길이가 달라지는 일들이 생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고전역학에서 유도된 탈출속도에 대한 계산수식이 일반상대론을 적용해도 동일하다는 점이다. 질량이 M인 행성을 가정하고 슈바르츠실트가 풀어낸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의 해답에 동일한 식이 들어가있다. 물리학자들은 이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 반경이라 부른다. 블랙홀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가장 먼저 이해해야할 관계식이기도 하다.


결국 고전역학에서나 일반상대론에서나 질량이 M인 별이 이 슈바르츠실트 반경보다 작아지면 빛이 그 별을 탈출하지 못한다.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존 휠러는 이 슈바르츠실트 반경을 사건의 지평선이라 명명했다. 저 멀리 지평선에 위치한 어떤 섬에 등대가 있다고 가정해보면, 바닷가에서는 희미하게나마 등대가 보내는 빛을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등대가 지평선 너머에 있다면 그 빛을 인지할 수 없으며, 망원경 등의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지평선 너머에 있는 물체를 확인할 수 없다.


휠러는 블랙홀도 지평선에 있는 등대와 같이 슈바르츠실트 반경이 지평선 역할을 한다고 해석했다. 이 반경 안쪽으로 빛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나올 수는 없기 때문에, 그 반경 안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정보를 도출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실제 블랙홀의 크기는 슈바르츠실트 반경과 같은 것일까? 이론상으로는 슈바르츠실트 반경보다 별이 더 크다면 블랙홀은 만들어 질 수 없으나, 슈바르츠실트 반경보다 작은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의 영역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물리학적 의미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외부에서 관측 가능한 크기는 사건의 지평선까지이므로, 보통 블랙홀의 크기라 하면 사건의 지평선의 크기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3. 블랙홀의 밀도


지구가 블랙홀이 되는 경우를 가정해서 지구의 슈바르츠실트 반경을 구해보면, 18mm의 지름이 나온다. 해당 지름을 기준으로 하여 밀도를 구해보면, 지구가 블랙홀이 되기 위해서는 원자핵의 밀도보다 10조 배가 큰 수치가 나온다. 현실적으로 지구가 블랙홀이 되는 것은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슈바르츠실트의 공식을 적용해보면, 슈바르츠실트 반경은 질량에 비례해서 커지는 반면 블랙홀의 밀도는 질량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즉 질량이 작은 별은 매우 단단하게 결합해야지만 블랙홀이 될 수 있지만, 질량이 큰 별은 굳이 큰 밀도로 결합하지 않더라도 블랙홀이 될 수 있다.



4. 블랙홀에는 머리카락이 없다?


존 휠러는 블랙홀에 대해 "블랙홀엔 머리카락이 없다." 라는 말을 남겼다. 


별들은 온도에 따라, 구성 성분과 밀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우주 상에 존재한다. 그에 반해 블랙홀은 상당히 단순한 모습이다. 질량, 회전할 경우의 운동량, 전기를 띤 경우에는 전기량 이렇게 3가지 요소외에는 블랙홀의 다른 모습은 없다. 즉 사람 얼굴의 형태를 빌리면 머리카락이 3가닥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지구와 금성의 크기는 비슷하지만, 온도나 색깔 등의 부분이 엄연히 달라 외관상으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회전하지 않는 슈바르츠실트의 블랙홀은 질량이 동일한 경우에는 외관 상으로는 이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 즉 블랙홀의 경우에는 질량/운동량/전기량을 제외하면, 개별 블랙홀의 특징을 나타내는 다른 물리량이 없다는 것이다. 휠러는 이를 "블랙홀에는 머리카락이 없다" 는 표현으로 설명하였고, 이후 블랙홀에 대한 머리카락 없음 정리라는 하나의 이론으로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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