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자물리학과 측정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양자물리학은 한 번의 측정 결과가 어떠한 값을 나태낼지를 확률적으로 표현하는데 그치고 하나의 값을 제시하지는 못한다며, 측정값은 양자물리학적으로 허용된 값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즉 양자물리학적으로 허용된 여러가지 고유값을 다 가질 수 있다. 물리계는 여러 가지 고유값을 가지는 서로 다른 상태의 상황 속에서 특정한 고유값을 가지는 상태로 확정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양자물리학에 대해 가장 크게 반대했던 사람이 아인슈타인이였다. 아인슈타인은 자연 현상이 확률에 의해 지배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양자물리학이 확률을 언급하는 것은 불완전하기 때문이며 숨어있는 변수를 찾아내면 확률적인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 EPR 패러독스
이인슈타인은 1935년 포돌스키와 로젠과 함께<물리적 실재에 대한 양자물리학적 기술은 완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양자물리학의 불완전성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 세사람의 앞글자를 따 EPR 패러독스라고 명명된 이 제안은 이후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그들은 해당 논문에서 물리적 성질은 국소성을 가지고 있어서 시공간의 어떤 특정 점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각기 다른 두 체계는 동시에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고 그런 정보의 전달은 상대성 이론에 의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하지만 코펜하겐 해석은 멀리 떨어져 있는 입자에 대한 측정이 다른 입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인슈타인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입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숨어있는 변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즉 이 숨은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양자물리학은 불완전하다는 것이 EPR패러독스의 주장이였다.
3. 얽힘상태
EPR패러독스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얽힘 상태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한다.
전자나 양전자와 같은 입자들은 자신 고유의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고 있다. 이 자전에 의한 각각의 운동량을 스핀이라고 하고, 이 스핀은 기본적으로 축을 중심으로 하여 우측 또는 좌측으로 도는 두 가지의 운동만 존재한다. 이러한 스핀의 방향에 대해서 해당 전자가 어떠한 스핀운동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측정하기 전까지는 파악할 수 없다. 측정하기 전에는 우측/좌측운동이 중첩된 상태에 있다가 측정을 하는 순간에 하나의 스핀으로 확정된다.
전자가 우측으로 회전하는 것을 스핀 업 상태라고 하고, 좌측으로 회전하는 것이 스핀 다운상태라고 가정해보자.
전체 스핀이 0이 파이온이 붕괴하면서, 전자와 양전자를 생성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처음 파이온의 스핀이 0였으므로 각 운동량 보존법칙에 의해 전자와 양전자의 스핀을 합한 값도 0이여야 한다. 그러나 어떤 입자가 스핀 업 상태일지 스핀 다운 상태일지 알 수 없다. 두 입자는 모두 스핀 업 상태와 스핀 다운 상태가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만약 두 입자 중 하나의 스핀을 측정해서 스핀 값이 확정되면 다른 입자의 스핀 값은 반대 방향으로 확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만약 두 입자 중 하나의 스핀을 측정해서 스핀 값이 확정되면 다른 입자의 스핀 값은 반대 방향으로 정해져야 한다.
이렇게 하나의 입자가 어떠한 물리량을 가지냐에 따라 다른 입자가 가져야 하는 물리량이 정해지는 두입자를 얽힘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얽힘 상태는 스핀 상태뿐만 아니라 빛 입자의 편광 상태에도 만들어질 수 있다. EPR 패러독스는 바로 이러한 양자적 얽힘 상태 때문에 발생한다.
4. EPR패러독스의 스핀 측정
양전자는 전자의 반입자이므로 전하의 부호를 제외한 나머지 물리량은 모두 동일하다. 전자와 양전자는 에너지로부터 쌍으로 생성되기도 하고, 함께 소멸하여 에너지로 사라지기도 한다. 이것을 쌍생성 또는 쌍소멸이라고 부른다. 이제 파이온이라는 중간자가 붕괴하여 전자와 양전자가 생성되는 반응을 가정해보면, 전자와 양전자는 생성되고 나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운동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A점과 B점에 도달했다.
이제 A점에서 전자의 Z방향 스핀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으로 전자의 Z 방향 스핀 값을 하나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멀리 떨어져있는 양전자의 스핀 값도 하나의 값으로 확정되어야 한다.
A점에 있는 전자는 Z방향의 스핀에 대한 측정의 영향을 받아 X방향의 스핀 값을 정확하게 결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B점에 있는 양전자에는 Z방향의 스핀 값을 알기 위한 실험을 하지 않았으므로, X방향의 스핀을 측정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약 B점에 있는 양전자의 X방향 스핀 값을 측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이 값으로부터 A점에 있는 전자의 X방향 스핀값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Z방향의 스핀과 X방향의 스핀을 동시에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불확정성의 원리는 더는 성립하지 않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모순 자체가 양자물리학의 불완전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5. 벨의 실험 : EPR패러독스 vs 코펜하겐 해석
북아일랜드 출신 물리학자 벨은 1964년 벨의 부등식이라는 이론으로 아인슈타인 등이 주장했던 EPR이론을 역설로 만들어버렸다.
벨이 만든 벨의 부등식은 코펜하겐 해석을 바탕으로 하는 양자물리학의 예측과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숨은 변수 이론의 얽힘 상태에 대한 예측이 측정 가능한 정도의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주는 식이였다. 이 부등식으로 인해 과학자들은 어떤 이론이 옳은지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벨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이 1970~80년대에 근거리에서의 얽힘 상태를 실험을 통해 확인하였다.
1997년에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과 오스트리아 과학 아카데미 연구자들이 800미터 떨어져 있는 도나우 강 반대편의 실험실까지 공공 하수구를 통해 광섬유를 연결했다. 그리고 8백미터 반대편에 있는 실험실이 다른 실험실에 얽힘상태에 있는 입자에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
2003년 5월 오스트리아 과학자들은 더욱 더 먼 거리에서 실험했다. 그들은 레이저를 바륨 붕산염 결정에 통과시켜 광자를 쌍으로 분리했고, 파장이 810m인 이 얽힌 광자들은 공간을 통해 송신 망원경에서 두 개의 수신 망원경으로 보내졌다. 하나의 수신 망원경은 150미터 떨어져있었고, 다른 하나는 다뉴브강을 건너 500미터 떨어져있었다. 하나의 광자에 특정한 작용을 가하자 다른 광자에 그 효과가 동시에 나타났다. 해당 두 광자는 6백미터 이상 떨어져 있으면서도 얽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양자 전송이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코펜하겐 해석이 아인슈타인의 EPR이론을 독설로 만들어 버리고 판정승을 거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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